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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권과의 만남



∴ 이  공  성

대경약국
무 술 인



1. 들어가는 말

  내가 태극권을 배운지가 어느덧 3년째로 접어들었다. 아직까지 득도 내지 견성(見性)하지는 못했으나 나의 심신에 와 닿는 태극권의 묘미는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벌써 진식태극권 노가 1로를 배웠으니, 무술 태극권인 진식태극권을 수련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우선 태극권무술 동우회지인 ‘방장’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하는 바이다. 그렇지 않아도 진주시 태극회 주최로 뭔가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방장’ 회지를 창간하는 것을 시작으로 태극권에 연관된 많은 행사가 앞으로도 있길 바라는 바이다.
  나에게 태극권을 전수해 주시는 대한우슈협회 실무 부회장 겸 경남우슈회관 관장님이신 진종백 관장님의 이 졸필로 하여금 글을 올리게 하시니 이 졸필은 어찌 할 바를 몰라 그저 내키는 대로 몇자 올리는 바이다.
  내가 태극권과 만난 경위를 몇자 적자면 아래와 같다.
  나는 원래 대학시절에는 태권도, 요가, 단전호흡, 덤벨체조 등으로 건강관리를 했으며 결혼 후에는 바디빌딩과 합기도로 건강을 관리하여왔다. 몇 년 전에 합기도에 관련된 다수의 서적을 읽고 연구하다가 태극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책들 중의 저자인 요시마루 게이세프라는 일본인인데 그는 원래 대동류 합기유슬과 아이키도(합기도의 일본식발음)를 수련했고 지금은 진식태극권을 수련중인 무술인으로 그가 일본 유술인 대동류 합기유술의 합기의 원리와 진식태극권의 발경의 원리가 서로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였던 바 태극권을 그저 전에는 TV나 화보상으로 본 중국인의 건강체조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데 요시마루 게이세쯔씨의 진식태극권에 있어서의 오묘한 발경원리의 설명은 나로 하여금 태극권을 배우게 하였던 것이다. 내가 생각해보아도 진식태극권의 원리는 아이키도의 원리와 놀랍도록 일치한다. 단지 아이키도가 더 실전적으로 동작을 구체화시킨 것에 불과한 것이다.
  원래 아이키도의 몇 백년의 역사를 가진 대동류 합기유술로부터 2차 세계대전 전에 우에시바선인 일본유학생인 최용술씨가 전수받아 해방 후에 합기도가 되었는데 이러한 한국적 합기도에서조차도 진식태극권의 원리를 어느 정도 찾아 볼 수 있고 또한 내가 진식태극권을 수련하고 난 다음 옛날에 수련했던 한국적 합기도의 수법과 형법을 다시 수련해보니 그 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위력적인 것을 느꼈다.
  어쨌든 나와 달리 무술계통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태극권을 기분좋게 수련할 수 있다. 왜냐하면 태극권은 타 무술과 달리 양생의 기법과 무술의 기법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태극권의 원류인 발경과 전사경이 들어있는 진식태극권은 주로 무술공을 위주로 하고 진식태극권을 배운 양노선 노사가 창시한 양식태극권이 되었다. 그런데 이 양가태극권은 발경과 전사와 같은 격렬한 동작이 없기 때문에 주로 양생공으로 많이 수련되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남녀노소 누구든지 하체의 높이 연공속도를 조절하여 자기 몸에 맞게 하여 수련되어질 수 있다. 그리고 요즈음 유행하는 웬 괴상한 무슨무슨 기공이나 단학 운운하면서 현대인의 메마른 심신의 틈새를 파고드는 급조된 검정되지 않은 도인양생술 따위가 마치 불로장생의 비술처럼 종교적인 색채까지 풍기면서 상업적으로 판을 쳐대는 작태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본다. 태극권은 원래 기공의 무술로서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초기에 완성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무려 4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이미 세계에 3천만이 수련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진식, 양식, 손식, 오식태극권의 태극권 4대문파 외에도 무식, 혁식태극권이 있고 또한 그 기본 동작도 각기 다양하다, 그리고 북경의 중국체육운동위원회에서는 여러문파를 종합한 새로운 방식의 적지 않은 태극권들이 창안되어 널리 보급되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 건강법으로서의 태극권

  건강법으로서의 태극권은 우선 유산소 운동으로서는 나는 남녀노소, 질병이 있는 사람, 누구든지에게도 권장하고 싶다. 에어로빅, 조깅, 골프 등 여러 가지 유산소 운동이 있으나 모두 장소적인 제한과 경제적인 제한도 일부 유산소 운동에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태극권은 장소적인 제한이 없고 자기 신체에 맞게 하체의 부하를 조절하여 만련으로 물 흐르듯이 부드럽고 일정하게 수련되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하여도 크게 무리가 없고 또한 호흡법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심신의 조화를 도모하여 정신의 안정을 얻고 수련시에 서서히 흐르는 땀은 체내의 노폐물을 꾸준히 밖으로 내보내어 훨씬 가볍고 산뜻한 신체상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또한 태극권 수련시에 하체를 어느 정도 낮추어 수련하기 때문에 점차로 하체가 단련되어져 관절염이나 골, 근육의 염좌상을 예방하고 평상시 오래 서 있어도 하체의 피로를 이전보다 훨씬 덜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유산소 운동은 산소를 사용하여 근육 및 간조직, 지방조직에 있는 글리코겐을 분해시켜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지방조직으로 전환 될 수 있는 글리코겐의 감소를 가져오고 지방분해를 촉진시켜 체중조절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태극권의 오랜 수련은 비만의 예방과 비만자의 체중감량에도 효과가 있다.
  나는 지금도 격일로 1시간 반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으나 이 웨이트 트레이닝은 무산소 운동으로 근육의 형성에는 적합할지도 모르나 지방조직 분해면에서는 유산소 운동보다는 못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재의 양식태극권은 양노선 노사 시절의 양식태극권과는 달리 오늘 날 더욱더 도인술과 토납법이 결합된 내공권으로 변화였고 현대에는 체력보완 미용, 호신을 겸하는 종합적인 건강법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태극권은 양생법으로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것은 오늘날의 태극권이 거의 모든 부분에 기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기공이 대부분 각 동작을 반복해서 행하는 것에 반해 태극권의 특색은 각기 다른 동작이 시종일관 진행된다. 또한 일정한 시간이 되면 의식면에서 기를 흐르게 하고 부족한 기를 보충한다. 이때 정신의 집중도와 노동량이 높아 정상의 <정(靜)> 속에 진행되어 대뇌에 휴식을 제공하게 되어 현대인에 가장 큰 문제인 정신 신경질환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태극권 수련은 호흡과 동작과 의식을 일치시켜 체력과 기력을 동시에 강화한다
  태극권의 정확한 수련은 기공으로 인정받고 있어 장기간 단련하면 불로장수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00세가 넘는 노권사가 많다. 반면에 강권계통의 무술에 통달한 권사들 중에서는 단명한 사람이 제법 많은 편이다. 그러므로 태극권을 꾸준히 수련하여 서서히 신체의 저항력을 높여 질병을 예방하고 무병장수의 심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3. 무술로서의 태극권

  무술로서의 태극권은 중국에서도 소림권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세계에 3천만이 수련하고 있으니 세계에서 단일 무술로서는 그 수련자가 세계 최고로 많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진식태극권처럼 무술적인 요소가 주류를 이루는 것도 있고 양식태극권처럼 양생법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있지만 어떠한 태극권이든지 그 출발이 무술에 기원을 두고 있기에 그 궁극적인 목적도 무술로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태극권은 내가권법, 즉 유권이다. 부드러움이 주된 동작의 특징을 이루는 내공무술이다. 이에는 태극권이외에 팔괘장, 형의권, 팔극권 등이 있다. 이들은 동양의 심오한 철학인 주역에 바탕을 두고 동양철학적 지혜와 자연의 순리를 신체와 정신에 구현하여 본질적으로는 기예의 극치에 이르는 무술이다. 이 중에서 태극권은 양생법으로서도 아주 탁월하다는 것을 이미 앞서 언급하였다. 대체로 자신의 체력이 가늘고 유연성과 민첩성, 도약력이 강하면 강권은 장권을 수련하고 체격이 근육성이며 힘차고 박자감이 강한 동작을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강권인 남권의 수련에 적당하나 여성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도 양생법적 성향의 태극권을 먼저 수련하여 체력과 호흡력을 기른 뒤에 적당한 강권을 선택하여 수련한다면 강유겸용의 기법을 익힌 무술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태극권이 지니는 양생법적인 요소로 인해 태극권은 의무일체의 무술이다. 또한 태극권은 행선(行禪)이기 때문에 선무일체의 무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 날 현대의 물질만능주의 사상은 인간의 정신을 고도로 황폐화시키기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나약한 인간의 정신사이로 갖가지 사이비 종교의 색채까지 띤 정신 수련법이 파고들고 있다. 또 나약한 정신은 인간을 지나치게 기성종교방면으로도 광적으로 집착하게 만들어 원활한 사회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로 인간을 사회대중과 고립시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검선일체의 활인검은 정신을 구현한 일본의 에도막부 초기시절의 전설적인 방랑무사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년에 남긴 <오륜서>에 보면 ‘신불(神佛)은 존경하여 받들되 그것에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그의 정신 또한 태극권의 수련의 목적에도 부합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바, 그러므로 태극권은 선무일체의 무술로서 각 개인의 자발적인 태극권 수련에 의한 심신의 안정을 통해 황폐한 인간의 정신세계를 정화시켜 한 차원 높이고 또한 각기 믿고 있는 신과의 교감력을 높여준다.
  실제 실전에서도 진식태극권은 발경과 전사경, 금나술과 솔각, 권법과 양생의 기술들이 함께 어우러져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술로서 인정받고 있고 또한 손식태극권은 손록당 노사가 빠르고 가벼운 동작의 혁식태극권과 동작의 행운유수처럼 도도히 흘러가고 갑자기 섬전하여 도약하는 용의 기운과 같은 팔괘장, 직선적이며 강력한 내공의 무술인 형의권, 이 세 문파의 장점을 조합하여 만든 엄청난 내공의 무술이다. 그 외의 각 태극권들도 나름대로 강권과 적절히 조화를 시켜 수련했을 때 놀라운 무공을 낼 수 있다.

4. 끝맺는 말

  나는 98년 7월 말경에 토론토대학에서 열리는 학술세미나와 캐나다 영주권관계로 캐나다를 12일간 방문했는데 대학캠퍼스 잔디밭 위에서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는 한 백인 학생을 보았는데 마치 그의 얼굴은 구도자와 같은 진지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 친구가 수련하는 태극권은 우리가 아는 형식의 표준 태극권이 아니고 그 나름대로 식의 태극권이지만 보기에는 괜찮았다 세미나를 마치고 시간이 조금 남아 나이아라가 폭포를 보러갔는데 관광을 마치고 토론토로 다시 돌아 갈 관광버스를 가만히 기다리기가 심심해서 비록 동작은 엉망이지만 48식 태극권을 몇 투로나마 커다란 단풍나무 그늘아래에서 펼쳐 보였더니 백인 몇 사람이 지켜보고는 그 중 한사람이 다가와서 당시 중국운동인 태극권을 하니까 당신 중국인 아니냐고 묻길래 나는 아니라고 하면서 그저 한국인일 뿐이라고 하니 그는 그저 그렇다는 듯이 가버렸다. 아마 태극권의 종주국인 중국인이 아니어서 별로라는 생각을 하고 간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 개운찮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운동에 있어서는 꼭 발상지의 국가만이 주체가 되라는 법은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태권도가 오늘날 단 기간에 세계적인 무술로 발전하여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까지 채택된 걸보라! 기실 태권도는 해방전 일제치하 때 우리나라에 전파된 일보나 가라데의 발전적 변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차기 기법을 많이 도입시키고 유달리 겨루기에 강한 운동으로 변형시켜 또한 우리의 태권도인이 분열되지 않고 일치단결하여 세계로 몇 십년을 먼저 전파된 가라데의 아성을 점차로 무너뜨려 드디어 세계적인 우수한 무술로 되지 않았는가?
가라데 또한 1922년에 오키나와의 위대한 가라데마스터 후나고시 기찐에 의해 일본 본토에 전파되어 공식 일본 무술로서 자리잡은 것이다. 오끼나와의 가라데는 중국 남권계통의 무술이 수입되어 만들어졌다는 것 또한 각종 기록과 사료뿐만 아니라 그 동작 하나하나를 분석해 보아도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미육사, 즉 웨스트포인트에서 사관생도들에게 특공무술로 전수되고 있고 합기도의 종주국인 일본의 아이키도 보다도 미국 내에서 월등히 많은 도장과 동호인을 갖고 있는 한국식 합기도를 보면 이제 나의 이야기의 결론은 명백해진다. 우리도 우리식의 태극권을 얼마든지 탄생시키고 세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진관장님은 중국에서조차도 빠지지 않는 태극권의 명인이시다. 이 진주에 태극권의 동호인이 많아진다면 우리도 진관장님을 중심으로 미래에 우리 진주가 발상지로 되는 우리식의 <방장산 태극권>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이 결코 우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진주시 태극회는 금년 9월초 중국 하남성 정주근처의 태극권 발상지인 온현 진가구를 방문하고 <방장산 태극권협회>라는 단체로 정식 등록을 했기 때문에 격년제로 개최되는 온현의 진가구 태극권 국제대회에 초청 받아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다시 한번 <방장>의 창간을 축하하고 보다 더 진보되고 발전적인 태극권모임 및 태극권의 보급과 홍보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회지를 발행하고 세미나 등의 행사도 자주 열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우리 진주가 조선 영, 정조시대의 박물학자인 이중환이 저술한 박물지리지인 <택리지>라는 책에 무골의 기풍이 강한 고을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만큼 방장산 태극권협회가 미구에 전국적인 지명도와 회세를 가진 단체로 발전하리라 본다
  그 동안 이 횡설수설하는 나의 지루한 졸필을 익어 주신데 감사하게 생각하고 여기쯤에서 펜을 놓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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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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